한 직장에서 오래 다닐 줄 알았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두 번의 이직을 하고 나서 퇴사 일기를 써볼까 한다.
사회생활을 배워가는 과정과 퇴사를 선택하게 된 상황 혹은 이유 그리고 느낀 점을 남겨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포스팅 하기로 결정했다.
면접을 보러 다닌 한 달째 첫 직장을 갖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 바로 직장을 구하지 않고 개인사로 3년의 공백기를 가진 나에겐 직장을 갖게 된 게 너무 좋았다. 첫 직장은 첫 사회생활인 만큼 실수가 잦았고, 눈치도 없었으며 실력은 더더욱 없었다.
처음 받은 일은 회사가 판매하는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었다. 어떻게 동작하고, 나온 결과가 어떤 결과인지 모르는 나는 매뉴얼을 작성하기 위해 윗분들께 여쭤봤지만, 나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 소스 보면 알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회사는 배우러 가는 게 아니라 배운 걸 써먹으러 가는 거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는 이런 거구나 하며 내가 신입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소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내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됐을 무렵 실력이 급성장한 걸 느꼈고 1년이 됐을 때 같은 프로젝트로 만난 나와 같이 입사했던 동기가 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으니 느낌만은 아니었다.
내가 1년 동안 했던 노력은 아침 출근하면 SVN에서 소스를 업데이트 받았고 그 내역에 내가 파악했던 소스가 있으면 기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스킬을 써서 코딩했는지 보는 건 기본이었다. 노트북이 지급되어 집에서도 업무가 가능했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하고 새벽에 잠들 때까지 소스를 봤었다. 모르는 모든 건 구글에 물어봤고 하나의 단어에도 여러 개의 뜻이 있어 내가 찾은 게 맞는 정보인지 아닌지는 깨지면서 파악했으며 이제 정보 하나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은 업무시간에 할 수 있는 양이 아닌 만큼 많았다. 이게 다 내 실력을 높일 일들이기 때문에 일이 많다는 거에 스트레스가 없었고 업무를 다 쳐내면 만족감도 들어 뿌듯해 재밌었다.
회사에서 배운 게 한 개도 없다고는 할 순 없지만 95% 혼자 큰 내가 들은 말 중 아직 기억나는 주옥같은 멘트들이다.
❊ 내가 알려주면 내가 하는 거잖아.
❊ 나도 힘들게 찾아서 욕먹고 알아낸 건데 너도 똑같이 겪어봐.
틀린 말은 아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어딘가 이상했지만, 회사는 이런 거구나 하고 넘겼다.
중간 직급들이 입사하면 얼마 안 있다가 이직을 했고 몇몇 분들은 나에게 조언까지 하고 가셨다. 그래도 일단 나는 신입이고 더 파악할 소스도 있고, 쉽게 이직을 결정할 만한 성격이 아니었으며 첫 회사인 만큼 애정이 깊어 오래 다니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애써 무시했다.
3년이 흘러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새로운 팀이 꾸려졌을 때 새로 입사하신 내 윗분이 프로젝트 시작 3개월 만에 날 혼자 남겨 두고 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직 준비하시는 것을 보며 이게 나의 마지막인 것을 느꼈다. 나는 3년을 넘게 다니고 있는데 그 정도였단 말인가를 깨달으면 함께 이직 준비를 했다.
이분을 선두로 하여 개발자들이 줄줄이 나갔으며 나의 첫 회사도 마무리되었다.
내가 회사에 다니며 배운 것을 몇 가지 적어 보면,
❊ 퇴근 한 시간 전에 상사가 날 불러 업무를 주었을 때 그건 남아서 하고 가라는 뜻이다. 아니면 다음 날 어제 준 걸 아직도 안 했냐고 출근하자마자 불려 가서 깨지기 때문이다.
❊ 상사가 매일 불러 소리치고 짜증 내도 네. 죄송합니다만 말해라.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도 네. 죄송합니다가 나와야 한다. 그게 사회생활이다. 아니면 한 시간 늘어난다.
❊ 불편하다고 집에 가서 하지 말고 회사에 남아서 야근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아니면 회사를 제일 편하게 다니는 사람으로 소문나고, 본인들은 야근까지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칼퇴근한다고 뒤에서 욕한다.
❊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한다. 그게 사회생활이다.
나는 2명의 고인물 상사를 모셨고 여기까지가 내 기억에 아직 남아있는 겪은 일과 들은 말이다.
앞으로 살면서 들을 수 없는 말들을 들었고 그 와중에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직급에 그 실력에 그 경력에 신입인 날 보면 답답하고 짜증 날 거라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중간에 한 번 이직을 하긴 해야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신입이라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아서였다. 실력이 늘어 업무를 다 쳐내도 신입이고 못했었다는 인식 때문인지 잘해가면 당연한 거고 버그 한 개만 생겨도 아직도 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인정받으려고 하진 않았다. 남의 인정이 내 만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 이직할 그날을 위해 그저 내 실력을 높이는 걸 기준으로 삼았다.
퇴사 후, 이직처를 구했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업무가 있었는데 그걸 못해본 게 아쉽긴 했었다. 의외로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고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련했다. 새로운 회사에 가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고, 어디를 가서 뭘 하든 잘할 자신이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겨 있었다.
첫 회사에서 늘었던 건 실력만이 아니었다. 기억력도 좋아졌다. 왜냐하면, 어느 부분이 잘 못 됐고 어디를 수정하면 되는가 내가 수정했나 안 했나를 정확하게 알아야지 그나마 짧게 끝났기 때문이다. 다닐 때는 너무 억울한 적도 많고 열받아서 잠 못 잔 적도 많고 말로 꺼내려면 눈물부터 났었지만 지금은 추억으로 남았다. 특히 점심시간마다 직원들끼리 모여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 먹던 게 지금까지 종종 생각나고 가끔 모이면 이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나 스스로 성장도 많이 했고 배운 것도 있고 재밌었고 나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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